정보왜곡환상체

'독사'라고 불리는 예소드는 매우 깐깐한 성격이었다. 자신의 부서의 직원들을 쥐잡듯이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라는 그는 전 지부에서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그의 깐깐함과 정확한 잣대에는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 심지어 관리자까지.

예소드는 현재 한껏 불만이 최고조를 찍은 시점이었다. 새로 부임한 관리자의 어리숙함때문에 지부의 일에 큰 지장이 생기고 예정되었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오만데에서 삐걱거렸기 때문이었다.



"이거, 관리자님이 보면 우시는거 아냐?"



말쿠트는 아연한 표정으로 예소드가 4일밤낮으로 적은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관리자의 의자에 앉을 때의 태도에서 부터 원래 관리자가 해야했던 점, 지금 관리자가 놓치고 있는점, 특수 환상체를 관리할때의 주의점........ 등등이 매우 직설적이고 냉담한 어조로 적혀 있었다. 과연 누가 상사고 누가 휘하직원인지 모를 보고서였다.



"그 정도를 견디지 못하면 관리자일 자격이 없지. 이미 그 어리숙한 태도로 인해서 회사에 손실이 많이 발생했으니, 지금 바로잡는것이 중요해."



예소드는 말쿠트에게 서류를 철해달라고 내밀었다. 말쿠트는 잠시 서류를 어느 박스 위에 놔두고 서랍을 뒤져 펀치 한쌍을 찾아냈다. 예소드는 그 모든 작업을 비장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이제 관리자가 있는 관리실로 들어가 그와 한바탕 싸움을 하던가 해서 이 모든 것들을 바로잡을 생각밖에 없었다. 말쿠트가 철한 서류를 내밀자, 그는 급하게 서류를 받고는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관리실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이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충정깊은 장수처럼 복도가 쿵쿵 울리는 느낌이었다.



"정말, 적당히 해야할텐데."


"말쿠트님. 도구형 환상체 격리실이 모두 정돈되었습니다."


"아 그래 이걸......."



그제서야 말쿠트는 잠시 서류를 얹어놨던 박스가 도구형 환상체를 억압시켜둔 상자였음을 깨달았다. 아직 환상체의 정보도, 대면도 한적 없이 갓 복지팀에서 보내준 환상체였다. 말쿠트는 그제서야 뭔가 불안함을 감지했다.


 




같은 시각, 예소드는 이미 관리실에 도달한 상태였다. 관리자는 여전히 널부러지고 엉망진창의 옷차림에 제대로된 마음가짐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 이런 관리자를 정신차리게 하는 것도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 예소드는 당당한 태도로 관리자에게 보고서를 넘겼다.



"관리자님. 관리자님이 근무하셨던 4일간을 적은 보고서입니다. 읽어주십시오."


"아 그래. 수고 많네."



관리자는 나중에 읽을 양으로 보고서를 서류 근처에 놔두려다가 험악해지는 예소드의 눈빛을 보고 그만두었다. 설마 이걸 지금 읽으라는 건가?



"제가 직.접. 중요한 부분을 찝어드리겠습니다."


"그럴려고?"



좀 부담스러운데. 저 강렬한 눈빛과 함께 하는 (쓴소리로 추정되는) 보고서 읽기라니. 관리자는 살짝 긴장한 채로 보고서의 표지를 넘겼다.




[“크아아아아


 

관리자중에서도 최강의 투명간리자가 울부짓었다


투명간리자는 졸라짱쎄서 간리자중에서 최강이엇다]

 



?

관리자는 너무나도 당황해서 그대로 석상마냥 굳어버렸다. 사람또한 허용치이상의 정보를 받아드리면 잠시 행동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는 설을 관리자는 직접 증명해내고 있었다.

잠시 30초 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던 관리자는 굳은 목을 최선으로돌려 달력을 보았다. 4 1일은 아닌데. 혹시 몰라 시계도 확인했다. 41분도 아니었다그래 꼭 만우절이 아니라도 장난은 칠 수 있는거니까. 예소드가 항상심각할 수도 없고. 관리자는 당황한 자신을 다독이며 살짝 표정을 풀었다. 예소드가 이런 장난을 칠 수 있다니, 어느정도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이거 장난하는 거니?”



그 말이 끝나자 예소드의 표정이 지옥에서 올라온 마귀처럼 무시무시하게 변했다.



관리자님. 이건 제가 지난 4일간 관리시작 시점부터 업무종료까지를 소상껏 적어서 올리는 보고서입니다. 어떻게 이걸 장난이라고 볼 수 있는겁니까?”



그렇게 밖에 안보이는데.

아무래도 저쪽은 심각하게 진심인 모양이었다더 이상의 반박을 했다간 저 독사가 진짜로 자신을 콱 물어버릴까봐 관리자는 말을 목으로 삼켰다. 그래 문체가 좀 이상…….하긴 해도 어쨌든 관리자를 칭송하는 내용이긴 했다. 약간 문장력이 딸려서 이런 결과물이 나온게 아닐까. 그래, 자고로 상사의 입장에서는 부하의 못난 점도 품어줘야 마땅하다고 관리자는 합리화를 했다.


관리자가 정신줄을 잡자, 예소드는 서류의 중요부분을 찝어 안내했다.

 


“3 17줄 부터는 관리자님께서행하셔야 하는 목록입니다.”



관리자도 첫장만 이렇게 임팩트 있게 만들고 나머지는 괜찮게 적었겠지, 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오 조은데 심심한데 다주겨야지

 

투명간리자가 브레스를했다 그러자 아니 브레스도 안하고그냥 한손에서빔을 쐈다


콰콰콰콰 허접 환상체들이 그거 한방에 모두 날아가따]


 


브레스가 뭔진 아나?”


증오의 여왕을 제압할 때 못보셨습니까? 입에서 나오는 거대한 에너지파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걸 왜 난 손으로 쏴야 하냐고. 아니 애초에 사람이 어떻게브레스를 쏴.

이번에야 말로 관리자는 보고서에 무엇인가 오류가 있음을 직감했다. 입을열어 예소드에게 이 사실을 말하려는 순간, 예소드는 의기양양하게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했다.

 


이전 관리자들은 모두 쉽게 해냈습니다.”


 

그런 애들을 도대체 왜 관리자로 뽑은거야. 혼자서 알레프급 환상체들다 때려잡겠는데. 아니 그 이전에 사람이긴 해?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순간 관리자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서못한다고 하면 관리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증하는 꼴이었다. 그래, 브레스를 뿜는다는 것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닐까 사실 브레스에서 나오는 빔처럼 따뜻한 빛으로 격리실들을 관리해서환상체들에게 안정적으로 (혹은 격렬하게) 에너지를 뽑아오라는뜻일까.

그래, 이게 맞는 거 같아. 관리자는이번 정신적인 위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더 자세한 설명은 한 장 더 넘겨서 9줄부터 있습니다.”




 

[“나의 진짜힘을 보일때가됬군



투명새는 졸라배를잡고 웃었다


투명새: 보이든지말든지


 

투명간리자는 존나분노했다 투명간리자는원래 분노할때만 진정한힘을 낼수 있었다 투명간리자의 분노해서 진정한 힘 기대하시라짜잔~~~]


 

관리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더 이상 합리화를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미 앞의 문장 몇 개에 이미 심히 지쳐있었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자신이 잘못한 것 같았다. 어린시절로 회귀한것처럼 막 엄마도 보고 싶어졌다. 저 올바른 예소드가 이런 형태의 정신공격을 해올 줄이야. 살아온 인생을 이렇게나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냥 내가 잘못한 건 말로 해줬으면. 아니 오히려 이런식으로 정신공격을해대서 예소드의 별명이 독사인 것이 아닐까. 관리자는 불안함과 두려움에 손이 덜덜 떨렸다. 도저히 그 뒤를 볼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상황이 당황스러운 것은 예소드 측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이제까지의 관리자가 한 실수, 그리고 개선해야 나갈 점, 특수 환상체의 공격패턴에 대한 것을 적어놨을 뿐인데 저렇게 덜덜 떨면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할지 그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관리자가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회의감이 폭발한 것이 아닐까 우려한 예소드는 관리자의 가까이 다가가 그를 위로했다.



괜찮습니다 관리자님. 이제까지못해온 것도 차근차근 노력해서 고쳐나가면 됩니다.”



관리자는 그 말에서 더 큰 공포감을 느꼈다. 얘는 어디까지 진심인거지. 거짓말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더 무서웠다. 설마 처음부터 여기까지 모두 진심이었다면? 진짜로 모든 관리자가 손에서 빔을 쏘고 환상체들을 썰어버려야 하는 거였다면?

 

예소드는 나머지는 천천히 보라며 불안해하는 관리자를 두고 관리자실을 나갔다. 그와 동시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말쿠트가 그에게 다가왔다.



"예소드! 그...... 보고서는 어땠어?"



말쿠트는 직접적으로 그 보고서가 환상체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그 말을 한 순간 예소드가 악마로 변해서 자신을 잡아먹어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예소드는 이상하게 개운한 표정(또는 살짝 죄책감에 물든 표정)으로 말했다.



"완벽했다."



 







회사가 하루 일과를 끝내고 모든 환상체와 직원들이 잠들시간에, 앤젤라는관리실로부터 기묘한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을 느꼈다. 관리자는 회사의 중추와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곤란했다. 엔젤라는 관리실의 문의 조금 열어 안을 확인했다.


 

관리자님. 무슨 문제라도.”


“파앗!”



그리고 엔젤라가 대면한 것은 수세기 전에 공 7개를 모아오면 용이 나타나서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만화책에서 나올만한 포즈를 하고 있는 관리자였다.


 

. 이런 느낌이 아닌데.”



좀더 박력넘치고, 머리에서 황금기운이 올라오고 꼬리가 뿅 나올거 같은느낌이었는데.

관리자는 예소드의 그 진심어린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장난치나 생각했지만 그 진심으로 관리자에게조언하는 모습, 그리고 그에 자신이 무력감에 떨 때에 위로해주던 그 모습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손으로는 힘들겠지만 두 손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전의관리자들에게 뒤쳐지지 않게 꾸준히 연습하기로 했다. 언제 성공할 지는 모르겠지만, 예소드의 말처럼 노력한다면 고쳐나갈 수 있겠지.


관리자는 자세를 가다듬었다. 다리는 살짝 대각선으로, 허리는 곧게, 팔은 세상의 모든 에너지를 모으는 듯 강한 힘으로 지탱했다. 그리고 힘껏 기합을 내지르면서 손을 앞으로 휘둘렀다.



"파아앗!!!!"




.......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앤젤라는 관리자의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될 은밀한 사생활을 은폐하기 위해 문을 닫았다.












드래곤볼 + 투명드래곤 + 정보왜곡 scp + 은혼 무인도편 등등 패러디됨 ㅇㅅㅇ

+) 관리자는 A가 아닌 타인이라는 설정입니다. 캐붕 당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같은 말, 다른 의미

네가 최악이라고 생각하지마.”


 

네짜흐가 호드를 향해서 고개를 숙였다. 그의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진 녹정발이 호드의 얼굴에 스쳤다.


 

내가 있으니까.”


 

호드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언제나 신경질적이고 남의 일에 무관심한채 자신의 종말만을 기다리는 그가 할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얼마 떨어진 곳에서 말쿠트와 예소드가 지켜보고 있었다. 말쿠트는 호들갑을 떨면서 얼굴을 붉혔다.


 

네짜흐가 저런 상냥한 말을 할 수 있다니! 오늘은 약빨이 잘 받은걸까?

 

“상냥하다니?”


오히려 오늘 더 상태가 좋지 못해보이는데. 예소드가 작게 중얼거린 것을 말쿠트는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말쿠트의 발그레한 표정과 달리 옆에 서 있던 예소드의 표정은 새삼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평소에도 딱딱한 표정이었지만 지금 예소드는 못볼 걸 보았다는 듯이 가득 찡그린 표정이었다. 말쿠트는 그의 이런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채로 여전히 호들갑을 떨면서 예소드의 어깨를 팡팡 쳤다.


 

그야 네가 최악이라도 내가 옆에 있으면 최악이 아니라는 거잖아!

 

그게 그렇게 해석되나?”


 

방방 날뛰던 말쿠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렇게 부드러운 말이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나?


 

그럼 무슨뜻인데?”

 

그야.

 

내 상황이 더 엿같으니까, 내 앞에서 힘든 척 하지말라는 소리잖아.”

 


그의 긴 머리카락 사이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예소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호드를 내려다 본 눈빛은 전혀 누군가를 공감하거나 위로하기 위한 표정이 아니었다. 굳은 표정 그 사이에는 그저 자신의 상처에 신음하는 표정만이 담겨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제법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네짜흐에게 까지 닿았는지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두 눈이 마주쳤다. 짧지만 꽤 오랜 시간동안 서로는 서로를 응시했다.

 

 

네짜흐가 배시시 웃었다. 그 웃음은 아프디 아픈 상처에서 배여나온 피처럼 소리없는 비명이었다.

 

눈치가 빠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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