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 다른 의미

네가 최악이라고 생각하지마.”


 

네짜흐가 호드를 향해서 고개를 숙였다. 그의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진 녹정발이 호드의 얼굴에 스쳤다.


 

내가 있으니까.”


 

호드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언제나 신경질적이고 남의 일에 무관심한채 자신의 종말만을 기다리는 그가 할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얼마 떨어진 곳에서 말쿠트와 예소드가 지켜보고 있었다. 말쿠트는 호들갑을 떨면서 얼굴을 붉혔다.


 

네짜흐가 저런 상냥한 말을 할 수 있다니! 오늘은 약빨이 잘 받은걸까?

 

“상냥하다니?”


오히려 오늘 더 상태가 좋지 못해보이는데. 예소드가 작게 중얼거린 것을 말쿠트는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말쿠트의 발그레한 표정과 달리 옆에 서 있던 예소드의 표정은 새삼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평소에도 딱딱한 표정이었지만 지금 예소드는 못볼 걸 보았다는 듯이 가득 찡그린 표정이었다. 말쿠트는 그의 이런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채로 여전히 호들갑을 떨면서 예소드의 어깨를 팡팡 쳤다.


 

그야 네가 최악이라도 내가 옆에 있으면 최악이 아니라는 거잖아!

 

그게 그렇게 해석되나?”


 

방방 날뛰던 말쿠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렇게 부드러운 말이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나?


 

그럼 무슨뜻인데?”

 

그야.

 

내 상황이 더 엿같으니까, 내 앞에서 힘든 척 하지말라는 소리잖아.”

 


그의 긴 머리카락 사이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예소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호드를 내려다 본 눈빛은 전혀 누군가를 공감하거나 위로하기 위한 표정이 아니었다. 굳은 표정 그 사이에는 그저 자신의 상처에 신음하는 표정만이 담겨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제법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네짜흐에게 까지 닿았는지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두 눈이 마주쳤다. 짧지만 꽤 오랜 시간동안 서로는 서로를 응시했다.

 

 

네짜흐가 배시시 웃었다. 그 웃음은 아프디 아픈 상처에서 배여나온 피처럼 소리없는 비명이었다.

 

눈치가 빠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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